도시의 관성


<원주 도시문화축제 닷닷다앗>
 - 도시예술 프로젝트 ‘도시의 형(形) 위에 빚는 상(Image)’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거주지의 의미를 넘어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유기적인 복합체로 존재한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나에게 주어진 도시의 환경은 선택보다는 천부적인 것으로 관습적인 방식으로 삶에 적용된다. 오랜 기간 도시 속에서 살아오면서 체득하고 익숙해진 양식들은 관성의 논리로 작동하며 개인의 삶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개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적 요인은 삶의 조건들을 우선적으로 종속시키고 그 속에서 많은 방향으로 분화해간다.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현실의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 삶은 개인의 노력과 성취와는 별개로 일어나는 주변 환경의 관성에 끌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전쟁과 질병, 도시화와 재개발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질곡은 끊임없이 삶의 궤도를 움직이려든다. 그리고 그 앞에서 개인은 너무나도 미력한 존재로 살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도시는 효율성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흘러간다. 소유에 대한 욕망과 물(物)의 끝없는 추구, 발전과 능률 중심의 사고는 물질적 가치에 권위를 부여해 차별적 계급 질서를 고착시켰다. 많은 이들이 빈부의 격차, 정신적 가치의 상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 혐오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도시는 기본적인 주거의 기능조차 본래의 목적을 넘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우리의 삶을 크게 위협한다. 도시의 삶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집은 현실의 왜곡된 구조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좋든, 싫든 현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치열한 일상 속에서 갖는 마음의 휴식이 현실의 고통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나는 현실공간에 시공간이 다른 자연적 이상향의 풍경을 중첩시켜 만들어낸 모순적 인터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그 속에 머물며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잠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함이며, 도시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삶에서 오늘을 견뎌내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