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의원은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인해 가로수가 매일 44그루씩, 연간 1만 6천그루가 고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용과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강전정’ 방식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고, 이는 잎 양과 활력의 감소, 생장 패턴 변화 등의 부작용과 병충해의 감염율, 고사율을 높일 수 있다. 가로수 고사(枯死)는 현대 도시의 생태계가 인간 이외의 것들의 희생을 전제한 채 운영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 시대는 소유에 대한 욕망과 물(物)의 끝없는 추구, 발전과 능률 우선의 사고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물질 중심의 도시 시스템은 필요와 효율성이 가치를 판단하는 주요 척도고 그 기준에 충족 되지 않는 경우 철저히 베재하도록 운영 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 중심으로 왜곡 된 시스템은 오랜 시간 공생하며 살아온 자연을 도시를 가꿔주기 위한 배경처럼 여긴다. 필요에 의해 이식된 자연이 생태의 흐름과 관계 없이 효율에 의해, 배정된 예산의 사용을 위해, 각종 인간사를 위해 기계적으로 제거되고 또 새롭게 배치 되는 것이다.
인류세 이전 자연 본연의 모습이 펼쳐진 공간에 인간의 흔적이 닫자 물질화로 얼룩진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 쓸모와 가치의 기준에 의해 수많은 존재의 본성을 말살해오던 인간은 점차 그 잣대를 다른 종(種)이 아닌 타인에게 들이대기 시작하고 쓸모의 기준은 어느새 자기 자신에게 적용된다. 도시와 자연, 인간과 다른 존재와의 공존이 이루어지기 위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지구지구대> 가변크기, 인터랙티브 미디어, 키넥트, 2021, 탈영역 우정국, 서울
<지구지구대 (地球地區隊, Members of Earth District)>는 지구에 대해 논하는 예술가를 조직하여 무리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인류가 지구행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근간의 상황을 인지하고 자연과의 균형있는 접촉과 실천을 이야기 하고자한다.
“지구 행성과 인간의 사회와 생태 관계에 대해 예술의 언어로 코로나 이후의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자 한다”
인류가 행성에 미치는 영향은 급격하고 강력하게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19는 우리 일상을 외부와의 관계에 물리적인 제약을 가져왔다. 전혀 다른 미래의 삶을 살아가야하는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하는가? 전 지구적 환경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류세와 코로나 사피엔스를 논하는 지금, 우리는 예술의 언어로 창의적인 활동으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에 그리고 그 예술적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함이 본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전시는 총 세 팀의 예술가 송주형, 김지연, 다이애나밴드와 지구지구대의 Wakeup call을 소개하는 자리로 구성된다.
참여 작가 소개
김지연
소리 매체에 대한 관심으로 실험적인 필드레코딩에 기반한 사운드 스케이프, 오디오 믹스 작업으로 창작을 시작했다. 보이지 않거나 형태가 없지만 뚜렷이 존재하면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연현상에 관심을 두어왔다. 이강일 작가와 ‘웨더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제주와 서울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작업을 진행했다. 놓친 감각들, 잃은 연결들을 천천히 더듬으며, 다시 듣고 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향하는 동사들>(2021), <반쯤 열린 방>(2016)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고, <투명한 음악>(2017) 공연을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집에서, 집으로>(감독 지혜원), <김군>(감독 강상우) 음악을 작업했다. 11이란 이름으로 음악작업을 한다.
송주형
물질화로 왜곡된 현대 사회의 모순과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비워내는 과정으로 얻게 되는 정신적 자유를 작업으로 표현한다.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채집된 자연 이미지를 여러 겹으로 중첩시키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발색과 이미지의 은폐, 변이 등이 이루어지고, 이를 현실 공간 속에 구현해 이상향의 모습을 띤 새로운 시공간을 재생성 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인간 중심의 편협하고 차별적인 인식을 벗어나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과 휴식을 얻기를 제안한다.
다이애나밴드(신원정, 이두호)
다이애나밴드는 사물, 매체, 상황, 그리고 리듬을 만드는 작업자이다. 기술, 미디어 환경이 계속 변화되고 있는 우리의 삶에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기술로 ‘나’와 ‘너’의 긴밀한 연결과 공감이 가능한 방법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숲에 둘러서서> 국립현대미술관, <위로의 모양> 문화비축기지 <동그라미앙상블> 탈영역우정국 등에서 전시 및 사운드 퍼포먼스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