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품은 깊고 푸른 장생포의 바다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 모습이 변화해 갔다. 그리고 그 속의 삶도 바다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유영하고 있다. 영광과 쇠락, 기대와 체념 속에 유예된 삶의 흔적은 한 시대의 끝 앞에 마주하고 있다. 어쩌면 고래를 빼고 생각하더라도 바다가 가진 모습은 어떤 일반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생(生)의 움직임이 아닐까.
우리가 물결로부터 생명력을 느끼는 것은 그 안에 특정 생물이 살고 있다는 의식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물결 자체가 하나의 생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깊고 푸른 태초의 바다와 오늘의 유예된 흔적, 그리고 새로운 기대로 혼재된 오늘의 삶은 여전히 장생포 앞바다를 유영한다.